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의심해 증거를 확보한다는 이유로 배우자가 운행하는 차량 안에 녹음기를 몰래 설치하고, 배우자와 다른 사람의 전화통화를 녹음한 피고인에게 법원이 징역형과 자격정지를 선고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배우자의 외도나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이 양형에서 참작될 수는 있어도,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배우자와 제3자 사이의 비공개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행위 자체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창원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고, 징역형에 대해서는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집행을 유예했다.
판결은 2026년 9월 17일 선고됐다.

■ 차량 조수석 밑에 USB형 녹음기…배우자 통화 몰래 녹음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5년 1월 5일께 배우자 B씨가 운행하는 승용차의 조수석 밑에 B씨 몰래 USB형 녹음기를 부착했다.
이후 해당 녹음기의 녹음 기능을 이용해 같은 달 말께 B씨가 내연남으로 의심되는 D씨와 스피커폰으로 전화통화를 하는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를 통해 A씨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했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피고인의 법정진술과 B씨·D씨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이혼소송에 증거로 제출된 불법녹음 녹취록과 통화 녹음파일 등이 증거로 제시됐다.
■ 법정형 자체가 무겁다…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개인 간 비공개 대화를 얼마나 강하게 보호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는 법이 허용하는 경우가 아닌데도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규정해 둔 일반적인 범죄와 달리 법정형 자체가 상당히 무겁다.
이번 판결문 역시 적용법조로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와 제3조 제1항 본문을 명시했다.
재판부는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를 징역 6개월~5년 및 자격정지 1년~2년 6개월로 판단한 뒤, 양형기준상 권고영역은 기본영역인 징역 8개월~2년 6개월로 제시했다.
최종적으로 징역 8개월,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면서 징역형의 집행만 2년간 유예했다.
■ TJ뉴스 법률분석① “내 배우자의 통화인데 왜 불법인가?”
이번 사건에서 일반 독자가 가장 궁금해할 수 있는 지점이다.
핵심은 녹음하는 사람이 그 대화의 당사자인지 아닌지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것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제3자가 몰래 녹음하는 행위다.
대법원도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발언을 그 녹음자와의 관계에서 ‘타인 간의 대화’라고 볼 수 없다는 법리를 제시해 왔다.
예를 들어 남편과 아내가 서로 대화하고 있는데 남편이 자신과 아내 사이의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와, 남편이 자리에 없는 상황에서 아내와 제3자가 나누는 대화를 남편이 녹음기를 숨겨 녹음하는 경우는 법적으로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후자에 해당한다.
A씨는 배우자와 상대방의 전화통화에 참여한 당사자가 아니라 차량에 녹음기를 미리 숨겨둔 제3자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 “이혼소송 증거로 쓰려고”…실제로 녹취록·녹음파일 제출
이 사건에는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이 있다.
A씨가 확보한 녹음자료가 실제 이혼소송의 증거로 제출됐다는 점이다.
판결문 증거목록에는 ‘이혼소송에 증거로 제출된 불법녹음 녹취록’과 관련 통화 녹음파일이 포함돼 있다.
재판부도 양형 과정에서 피고인이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황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즉 재판부는 범행의 동기와 경위 자체를 무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불법 녹음을 합법으로 바꿔주지는 않았다.
■ 법원 “동기가 무엇이든 헌법상 사생활·통신비밀 침해”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이번 범행의 성격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피고인은 배우자의 차량 안에 녹음기를 몰래 설치하는 방식으로 배우자와 내연남으로 의심되는 사람 사이의 대화를 녹음했고, 해당 녹취록을 이혼소송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타인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이를 공개하는 행위는 동기가 무엇이든 헌법이 정한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 통신비밀의 보호를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대화 당사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는 점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 TJ뉴스 법률분석② “외도 증거 확보 목적”은 무죄 사유가 아니라 양형 요소
이번 판결에서 특히 구별해야 할 부분이다.
A씨는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녹음기를 설치한 것으로 법원은 봤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형량을 결정할 때 고려할 사정으로 평가했다.
형사법적으로는 이 둘의 차이가 크다.
범죄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했는가’가 핵심이고, 범죄가 인정된 이후 형량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왜 범행했는지, 얼마나 반성하는지, 전과가 있는지, 피해회복이 이뤄졌는지 등이 고려된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A씨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상황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하려고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이 비교적 단기간에 종료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
그러나 그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유죄 판단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 징역 8개월인데 교도소 가지 않는 이유…‘집행유예’ 정확한 의미
이번 판결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다.
이를 ‘징역 8개월을 살고 이후 2년간 집행유예’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법원이 징역 8개월을 선고하되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2년 동안 그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 것이다.
이번 판결문에는 자격정지 1년도 별도로 선고돼 있다.
따라서 기사 제목에서 단순히 ‘집행유예’만 강조하면 법원이 선고한 전체 형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할 수 있어, TJ뉴스는 **‘징역 8개월·자격정지 1년, 징역형 집행유예 2년’**이라는 구조를 명확히 구분했다.
■ 왜 법정형 최저가 1년인데 ‘징역 8개월’ 선고됐나
판결문만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법정형은 1년 이상 징역인데 실제 선고형은 징역 8개월이기 때문이다.
판결문은 **형법 제53조와 제55조 제1항 제3호·제5호를 적용한 ‘작량감경’**을 명시했다.
형법상 정상참작 사유가 있는 경우 법원은 법률이 정한 방식에 따라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작량감경을 거쳐 처단형의 범위를 징역 6개월~5년, 자격정지 1년~2년 6개월로 정한 뒤 그 범위에서 징역 8개월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따라서 ‘법정형보다 낮게 선고했으니 법원이 법을 어긴 것 아니냐’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 TJ뉴스 법률분석③ 몰래 녹음한 자료, 민사소송에서 필요하면 괜찮을까?
이번 사건이 실생활에 던지는 중요한 질문이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나 재산 은닉 등을 입증하기 위해 증거가 절실한 상황이라면 당사자는 ‘법원에 증거로 제출할 목적이니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증거를 확보하려는 목적과 그 증거를 확보하는 방법의 적법성은 별개의 문제다.
이번 사건이 이를 보여준다.
A씨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의심해 관련 증거를 확보하려 했고 실제 이혼소송에 녹취록을 제출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타인 간의 비공개 대화를 몰래 녹음한 행위 때문에 별도의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따라서 민사·가사소송에서 유리한 자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증거수집 방법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차량이나 집, 사무실 등에 녹음장치를 숨겨두고 자신이 없는 동안 다른 사람들끼리 하는 대화를 녹음하는 방식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위험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 “녹음”과 “나중에 녹음파일을 듣는 것”도 법적으로 구분된다
통신비밀보호법과 관련해서는 한 가지 법률적 구분을 더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2024년 판결에서 통신비밀보호법상 ‘청취’란 대화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내용을 엿듣는 행위를 의미하며, 이미 종료된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나중에 재생해 듣는 행위 자체는 이 조항에서 말하는 ‘청취’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것이 몰래 녹음해도 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이번 창원지법 사건에서 문제된 핵심 행위는 녹음파일을 나중에 들은 행위가 아니라, 애초에 차량에 녹음기를 몰래 설치해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행위다.
법적 쟁점을 정확하게 구별해야 하는 이유다.
■ TJ뉴스 분석④ 스마트폰 시대, ‘녹음은 모두 불법’도 ‘내가 필요하면 모두 합법’도 아니다
녹음과 관련한 법률문제는 일상에서 오해가 많은 분야다.
한국 법제에서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녹음이 곧바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적인 구별 기준 가운데 하나는 녹음자가 대화의 당사자인지 여부다.
대법원 판례도 대화에 참여한 사람이 녹음한 경우와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타인끼리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를 구별하고 있다.
따라서 실생활에서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중요하다.
“내가 상대방과 나누고 있는 대화를 녹음하는 것”과 “내가 없는 곳에 녹음기를 숨겨두고 다른 사람끼리 하는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법적으로 같은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바로 두 번째 유형이다.
더구나 차량이라는 사적인 공간에 녹음기를 몰래 설치해 일정 기간 대화를 수집했다는 점에서 통신비밀과 사생활 보호 문제가 함께 부각됐다.
■ TJ뉴스 종합분석|“의심이 합리적이어도 증거수집 방법까지 합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목적과 수단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의심하는 사람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혼소송에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것 자체와, 그 증거를 어떤 방식으로 확보했는지는 별개의 법률문제다.
창원지법은 A씨가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상황에 있었고 증거 확보 목적으로 범행한 사정을 인정해 형량을 정할 때 참작했다.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 점, 범행이 비교적 단기간에 끝난 점,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사정도 유리하게 평가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징역 8개월과 자격정지 1년이라는 형을 선고했다.
그 이유는 통신비밀보호법이 보호하려는 법익에 있다.
현행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불법적으로 녹음하는 행위에 대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라는 무거운 법정형을 두고 있다.
이는 개인의 비공개 대화와 통신의 비밀을 강하게 보호하겠다는 입법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불법적으로 확보한 녹음이 실제 이혼소송의 증거로 제출됐다는 사실이다.
소송 당사자에게는 당장의 민사·가사사건에서 유리한 증거 하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증거수집 과정에서 별도의 형사범죄가 성립한다면 오히려 새로운 형사책임이라는 더 큰 법률적 위험을 부담할 수 있다.
결국 배우자 간 분쟁뿐 아니라 직장 내 갈등, 거래분쟁, 상속·재산분쟁 등에서도 같은 원칙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증거가 필요하다’는 사정만으로 불법적인 증거수집 방법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자신이 참여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의 비공개 대화를 확보하기 위해 차량이나 주거지·사무실 등에 녹음기를 몰래 설치하는 행위는 실행에 앞서 법적 위험을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이번 판결은 그 경계를 현실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번 판결은 창원지방법원 제1심 판결이다.
판결문 이미지에서 항소 여부나 확정 여부까지는 확인되지 않으므로, 이를 ‘확정판결’이라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 이 기사는 창원지방법원 제2형사부가 2026년 9월 17일 선고한 2026고합10049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건 판결문을 토대로 범죄사실과 양형 이유를 정리하고, TJ뉴스가 통신비밀보호법의 보호대상, 대화 당사자 녹음과 제3자 녹음의 차이, 이혼소송을 위한 증거수집과 형사책임의 관계 등을 별도로 분석해 구성했습니다. 법률분석 부분은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상담이나 다른 사건의 결론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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