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뉴스씬]
[뉴스씬 정민재 기자] AI 열풍이 반도체를 넘어 전력 인프라 시장으로 확산하면서 초고압 변압기가 새로운 수혜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발전소와 송전망, 변전소 투자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노후 전력망 교체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반도체를 대규모로 가동하는 만큼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건설뿐 아니라 송전선과 변전소, 초고압 변압기 등 전력 인프라 전반에 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최근 북미에서는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력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초고압 변압기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북미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관련해 약 1812억원 규모의 345kV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9개 변전소에 2030년까지 제품을 순차적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실제 초고압 변압기 수주로 이어지면서 전력기기 업체들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도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히 데이터센터용 변전설비를 넘어 미국 전역의 대규모 송전망 확충이 초고압 변압기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제조업 투자 확대에 따라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기존 송전망을 보강하는 동시에 대규모 전력을 장거리로 운송할 수 있는 765kV급 송전망 구축이 확대되고 있다. MISO와 PJM, SPP 등 주요 전력망 운영기관들이 765kV급 송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고전압 전력기기에 대한 수요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765kV급 초고압 변압기는 일반 제품보다 높은 수준의 절연설계 기술과 대형 생산설비, 시험능력 등이 요구된다. 장거리 송전 과정에서 전력 손실을 줄이고 대규모 전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전력망의 핵심 설비로 꼽힌다.
무엇보다 높은 기술 장벽으로 인해 단기간에 공급업체를 늘리기 어렵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품 제작과 시험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전력망에 투입된 이후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돼야 하는 만큼 기존 납품 실적과 품질에 대한 신뢰도 역시 중요한 경쟁 요소다. 이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생산 기반과 공급 실적을 확보한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국내 주요 전력기기 업체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초고압 변압기 수주를 확대하면서 현지 생산능력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을 기반으로 765kV급 초고압 변압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전력인프라 EPC 기업인 콴타와 협력해 변압기와 차단기를 함께 공급하는 패키지 전략을 추진하면서 현지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765kV급 초고압 변압기 분야에서 오랜 공급 이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1992년 765kV급 초고압 변압기 개발에 성공한 이후 국내외 전력망에 제품을 공급해왔으며 미국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누적 설치 실적을 확보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역시 미국 현지 생산체계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제2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765kV급 초고압 변압기 생산과 시험을 위한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미국 현지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미 765kV급 초고압 변압기 수주를 잇따라 확보하면서 수주잔고를 늘리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체계가 갖춰지면 그동안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공급하던 제품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어 납기 대응력과 고객 접근성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초고압 변압기는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는 점도 시장의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대형 제품 특성상 생산시설 증설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경우 가격과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일시적 호황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장남현 연구원은 초고압 변압기 업체들의 수주 성장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자체 발전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필요한 계통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송전망과 변전소 증설 비용까지 직접 부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장 연구원은 이 같은 변화로 미국 초고압 변압기 시장이 정점을 지나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산 변압기의 미국 시장 재진입 가능성이 변수로 거론됐지만 트럼프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중국산 전력기기의 시장 진입이 제약받으면서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장 연구원은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의 수주잔고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증권가에서도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가 초고압 변압기 시장의 중장기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765kV 송전망과 데이터센터 접속용 변전소, 온사이트 발전,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 인프라 등으로 수요가 확대되면서 앞으로 관련 프로젝트 발주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360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고전압 전력 변압기 시장은 2025년 95억6000만달러에서 2032년 151억4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AI 시대의 전력 수요 증가는 초고압 변압기 산업의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초고압 변압기는 전력망을 구성하는 여러 장비 가운데 하나로 인식됐지만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AI 연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경쟁이 전력 확보 경쟁으로 이어지고 다시 발전소와 송전망, 변전소 투자 확대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노후 전력망 교체, 제조업 투자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765kV급 송전망이라는 새로운 시장까지 열리고 있다. 고도의 기술력과 대형 생산설비를 갖춘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북미 시장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AI가 데이터센터를 키우고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초고압 변압기가 새로운 전력 인프라의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급 확대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기술력과 생산능력, 현지 공급망을 확보한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에게 북미 시장은 장기적인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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