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대표는 빨리 움직이고 싶어진다. 광고를 늘리고 신상품을 추가하며 가격을 낮추거나 비용을 한꺼번에 줄이기도 한다. 그러나 원인을 확인하지 않은 채 여러 조치를 동시에 시행하면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위기 대응에서는 먼저 사실을 관찰하고 손실이 커지는 부분을 줄인 뒤, 작은 범위에서 새로운 방향을 시험하는 순서가 필요하다.
매출이 줄면 대표는 무엇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지난달보다 매출이 줄었다. 거래처 주문도 예전 같지 않고 고객 문의까지 감소했다.
대표의 마음은 급해진다.
광고가 부족한 것 같아 광고비를 늘리고, 기존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해 새로운 상품을 찾는다. 가격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할인행사를 시작하고, 비용이 부담되면 지출부터 줄인다.
각각 필요한 대응일 수 있다.
문제는 원인을 확인하기 전에 여러 가지를 동시에 바꾸는 것이다.
광고와 가격, 상품, 인력과 비용을 한꺼번에 변경하면 이후 매출이 회복되더라도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 반대로 상황이 더 나빠졌을 때도 어느 결정이 문제였는지 찾기 힘들어진다.
위기일수록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만, 빠른 행동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지금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첫 번째 단계는 관찰이다
17편에서는 미수금과 재고, 반품, 고객 문의와 내부 보고의 변화를 위기 신호로 살펴봤다.
실제 이상이 확인됐다면 다음 질문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는가’가 돼야 한다.
매출이 줄었다면 전체 숫자만 보지 말고 어디에서 감소했는지 나눠본다.
특정 상품의 판매만 줄었는지, 기존 거래처 주문이 감소했는지, 신규 고객 유입이 줄었는지 확인한다. 상담은 비슷하게 들어오지만 계약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아졌을 수도 있다.
기간도 비교해야 한다.
지난달과 이번 달만 비교하면 계절적인 변화나 일시적인 대형 거래의 영향을 위기로 잘못 판단할 수 있다. 가능한 범위에서 이전 기간과 같은 시기, 상품별·거래처별 변화를 함께 보는 편이 낫다.
고객과 현장의 이야기도 숫자와 같이 확인한다.
가격이 비싸졌다는 반응이 늘었는지, 경쟁 상품으로 이동하는 고객이 있는지, 거래처가 주문을 줄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관찰의 목적은 보고서를 길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어디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과 해석을 섞지 않아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대표의 불안이 원인 분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경기가 나빠졌다.”
“요즘 고객은 가격만 본다.”
“우리 상품이 이제 경쟁력이 없다.”
모두 가능성은 있지만 확인된 사실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매출이 3개월 연속 감소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경기 때문에 감소했다’는 것은 추가 확인이 필요한 해석이다.
기존 거래처 세 곳의 주문이 줄었다면 먼저 각 거래처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가격 때문인지, 재고 때문인지, 경쟁업체로 이동했는지 알기 전에 전체 시장 문제로 단정하면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위기 때는 숫자와 고객 반응, 내부 업무 기록을 먼저 놓고 사실과 추정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인을 잘못 잡으면 열심히 움직이고도 엉뚱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두 번째 단계는 수축이다
문제가 확인됐다면 다음에는 손실이 더 커지는 부분을 줄여야 한다.
여기서 수축은 회사의 모든 비용을 일괄적으로 줄인다는 뜻이 아니다.
돈과 인력이 계속 들어가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 업무를 찾고, 당장 유지해야 할 핵심과 잠시 멈출 수 있는 일을 구분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판매가 느려진 상품을 이전과 같은 규모로 계속 발주하고 있다면 재고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효과를 확인하지 못한 광고를 관성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면 광고비도 다시 살펴볼 수 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여러 개라면 회사가 지금 감당할 수 있는 것만 남기고 우선순위가 낮은 일은 연기하는 판단도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매출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고객 응대나 핵심 영업, 제품 품질과 직접 연결되는 비용까지 무조건 줄이면 이후 회복에 필요한 기능도 약해질 수 있다.
수축의 핵심은 비용 절감 자체가 아니다.
회사가 버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멈추고 무엇을 지킬 것인지 정하는 데 있다.
현금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도 다시 계산한다
위기 대응에서는 손익만큼 현금이 중요하다.
현재 통장 잔액과 가까운 시일 안에 들어올 돈, 반드시 나가야 할 돈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재고와 미수금 가운데 언제 현금으로 바뀔 수 있는지도 확인한다.
매출이 줄어든 상태에서 기존 지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 회사가 버틸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질 수 있다.
따라서 수축 단계에서는 비용 항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몇 달 동안 현금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함께 봐야 한다.
새로운 투자를 검토할 때도 마찬가지다.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큰 금액을 먼저 투입하면 기존 사업의 현금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회복을 위한 시도 때문에 생존할 시간을 잃어서는 안 된다.
세 번째 단계는 전환이다
관찰하고 줄였다고 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방식으로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방향을 시험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한 번에 크게 바꾸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상품을 검토한다면 처음부터 많은 재고를 확보하기보다 소량으로 판매해볼 수 있다. 새로운 고객층을 공략한다면 전체 광고 예산을 옮기기 전에 작은 채널이나 지역에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을 바꾸려는 경우에도 모든 고객에게 즉시 적용하기보다 특정 상품이나 조건에서 먼저 시험해볼 수 있다.
전환에는 반드시 확인할 기준이 있어야 한다.
얼마 동안 시험할 것인지, 얼마까지 비용을 사용할 것인지, 어떤 결과가 나오면 계속할 것인지, 어느 수준이면 중단할지를 시작 전에 정한다.
그 기준이 없으면 새로운 시도가 다시 대표의 감에 의존하게 된다.
중단 기준을 정해야 실패를 오래 끌지 않는다
대표에게는 시작하는 결정만큼 멈추는 결정도 어렵다.
이미 돈과 시간을 썼기 때문에 조금만 더 하면 결과가 나올 것 같고, 지금 중단하면 그동안의 투자가 모두 손실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시작할 때 중단 기준도 함께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 동안 고객 반응을 확인하고, 정한 수준의 주문이나 문의가 나오지 않으면 추가 투자를 멈추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기간과 숫자는 업종과 사업에 따라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좋지 않을 때마다 기준을 뒤로 미루지 않는 것이다.
작은 시험의 장점은 실패하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실패했을 때 회사 전체가 흔들리기 전에 멈출 수 있다는 데 있다.
위기 때는 세 단계만 한 장에 적는다
복잡한 위기 대응 계획부터 만들 필요는 없다.
현재 문제를 관찰·수축·전환 세 칸으로 나눠 한 장에 적을 수 있다.
단계 | 대표가 확인할 내용 |
|---|---|
관찰 | 무엇이 언제부터 달라졌고 원인은 무엇인가 |
수축 | 돈과 인력이 새는 곳 가운데 무엇을 먼저 줄일 것인가 |
전환 | 어떤 새로운 방법을 작은 범위에서 시험할 것인가 |
확인 | 언제 어떤 숫자로 결과를 판단할 것인가 |
중단 | 어느 수준이면 추가 투자를 멈출 것인가 |
이 표의 목적은 완벽한 위기 전략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대표가 불안한 상태에서 여러 결정을 동시에 내리는 것을 줄이고, 한 단계씩 확인하면서 움직이도록 만드는 데 있다.
생존경영 포인트
위기 때 가장 위험한 행동 가운데 하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지만,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는 것도 문제를 키울 수 있다.
먼저 무엇이 달라졌는지 관찰한다.
그다음 손실을 키우는 지출과 업무를 줄여 회사가 버틸 시간을 확보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상품과 시장, 가격과 판매방식을 작은 범위에서 시험한다.
전환을 시작할 때는 확인 날짜와 계속할 기준, 중단할 기준까지 함께 정한다.
관찰 없이 줄이면 필요한 것까지 없앨 수 있고, 수축 없이 전환하면 새로운 시도가 기존 현금까지 소모할 수 있다.
위기 대응은 한 번의 큰 승부로 회사를 뒤집는 일이 아니다.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손실을 제한하면서 다음 선택을 시험할 시간을 만드는 과정이다.
다음 편에서는 위기 이후 회사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 때 대표가 어떤 숫자와 업무부터 정상화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매출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만을 회복으로 보지 않고 현금흐름과 재고, 고객, 업무 기준이 실제로 안정됐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을 다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