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기업의 업무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정확한 보고서를 작성하느냐가 직원의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자료를 분석하고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며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시대가 되면서 기업의 경쟁력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전통적인 기업 조직에서는 보고가 중요한 업무였다. 직원들은 상사의 지시에 따라 자료를 수집하고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관리자는 보고 내용을 검토하고 의사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방식은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때로는 보고를 위한 보고가 반복되고 정작 중요한 문제를 논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한계도 있었다.
AI는 이러한 업무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시장조사 자료를 요약하고, 매출 데이터를 분석하며, 경쟁사의 특징을 정리하는 업무를 AI가 지원하면서 직원들은 자료 작성보다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매출이 감소한 기업을 생각해 보자. 기존의 회의에서는 담당자가 월별 매출 실적과 전년 대비 증감률을 보고하고, 관리자는 실적이 부진한 이유를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AI를 활용하는 조직에서는 매출 자료를 사전에 분석하고 주요 변화 요인을 정리한 뒤 회의에서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매출이 감소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고객이 경쟁사로 이동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격을 낮추지 않고도 고객을 다시 확보할 방법은 없는가"와 같은 질문이 그것이다. 단순히 숫자를 확인하는 회의에서 새로운 전략을 찾는 회의로 변화하는 것이다.
특히 AI 시대에는 질문의 수준이 결과의 수준을 좌우한다. 생성형 AI에 단순히 "마케팅 전략을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20~30대 고객을 대상으로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저비용 마케팅 전략 세 가지를 제시하고 각각의 장단점과 실행 조건을 비교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결과의 구체성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이처럼 AI를 잘 활용하는 능력은 단순한 기술 사용법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필요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사고 능력과 연결된다. 결국 좋은 질문을 만드는 사람이 AI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리더십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는 상사가 정답을 제시하고 직원이 이를 실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AI 시대에는 리더가 다양한 질문을 통해 직원들의 생각을 이끌어내고 함께 대안을 찾는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택호 교수(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스마트AI경영학과)는 "AI 시대의 경쟁력은 보고서를 얼마나 잘 작성하느냐보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에서 나온다"며 "질문을 장려하는 조직은 구성원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고 변화하는 시장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질문이 많은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회의에서 질문 횟수를 늘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고 기존의 업무방식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비판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환경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왜 실적이 나쁘냐"고 질책하기보다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라고 질문해야 한다. "왜 아직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느냐"보다 "보고서 작성에 불필요하게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질문의 방향이 달라지면 조직의 문제 해결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물론 AI가 제시하는 답변이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다. AI는 부정확한 정보를 생성하거나 중요한 맥락을 놓칠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은 AI의 답변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 근거를 확인하고 다른 가능성을 검토하는 비판적 사고를 갖춰야 한다. 좋은 질문에는 AI의 답변이 맞는지 다시 묻는 과정도 포함된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보고서의 분량이나 회의 횟수로 평가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고, 얼마나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을 실제 행동과 성과로 연결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AI는 빠르게 답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어떤 답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 결과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AI 시대에 강한 조직은 보고가 많은 조직이 아니라 질문이 살아 있는 조직이다. 좋은 질문이 새로운 생각을 만들고, 새로운 생각이 혁신을 만들며, 혁신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