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식욕(食慾), 색욕(色慾), 재욕(財慾), 명예욕(名譽慾), 수면욕(睡眠欲)을 인간의 5대 욕구(慾求)라고 했다. 이런 오욕(五慾)은 하늘이 부여해준 천욕(天慾)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는 지울 수도, 없앨 수도, 잠재울 수도 없는, 오직 죽을 때까지 안고 살 수밖에 없는 본능적 욕구이다.
삼독심(三毒心)이라는 것이 있다. 이 삼독심(三毒心)이란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근본적인 세 가지 번뇌로서 탐욕(貪欲)과 진에(瞋恚, 분노)와 우치(愚癡: 못나고 어리석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할 사항은 탐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정도가 지나칠 때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삼독심(三毒心)을 깨닫게 하는 선문답(禪問答)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 어느 수행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욕심(慾心)이란 무엇이옵니까?”,
스승: “바람(風)이니라.”
수행자: “?”
스승: “하늘의 저 달이 몇 개이더냐?”
수행자: “?”,
스승: “전혀 물결이 없는 잔잔한 호수에 비치는 달은 몇 개냐?”,
수행자: “분명, 하늘의 달도 하나이고, 호수에 비치는 달도 하나이옵니다.”
스승: “그러하니라.”
수행자: “?”,
스승: “하지만, 바람이 불어 물결이 심하게 일면, 하늘의 달은 분명 하나이지만 호수에 비치는 달은 셀 수 없이 많아지느니라.”
수행자: “?”.
스승: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따라야 할 진리는 언제나 하나이며, 그 진리에 따라 살면 편안하고 평화로우련만, 욕심이라는 바람이 불어 닥치면, 사람에 따라, 혹은 때에 따라, 경우에 따라 수도 없이 많은 탐욕이 나타나느니라. 그래서 인간은 어떤 진리를 따라 살아야 할지를 몰라 허상(虛像)에 현혹되어 방황하게 되고, 삶이 힘들게 되고, 괴롭다며 불평하게 되면서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평화롭고 편안한 삶을 살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마음속에 일어나는 욕심이라는 바람을 잠재울 줄 알아야 하느니라.”
이런 선문답에서 보듯 말로는 “난 욕심이 없다”고 하면서도 막상 욕심나는 일이 찾아들면 숨어있던 욕심이 순식간에 솟아 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면 이 욕심을 잠재우는 방법은 없을까? 오랜 세월 수행을 하면서 고승들이 체득한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욕심이 무엇인지 그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물론 어떤 욕구가 치솟을 때 그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나의 욕구가 현실에 부합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우면 가까운 도반(道伴)이나 친구들과 의논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장기를 두는 사람보다 훈수꾼이 경기의 흐름을 더 정확하게 읽듯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점을 더 잘 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자신의 욕구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꾸 자신의 욕구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그럴 때는 그 욕구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생각하면 욕구를 바로 보는 시각이 열릴 수 있고, “아, 내가 이런 욕심을 가지고 있었구나”하고 욕심의 실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욕심은 없어진 듯 잠잠하다가도 어떤 때 또 불쑥 고개를 쳐들고 나타나는 것이 바로 욕심이다. 그럴 때마다 계속 욕심의 실체를 파고들면 어느 사이에 점점 그 강도가 약해지고 결국에는 별것 아닌 것이 되어버리게 된다. 스님들은 그렇게 욕심이 재발할 때마다 절의 추녀 밑에 달려 있는 물고기 모양의 풍경(風景)을 쳐다보곤 한단다. 물고기 풍경이 바람을 맞아 풍경소리를 울리면 그 물고기 풍경 뒤에 펼쳐진 푸른 하늘이 곧 푸른 바다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 푸른 바다(하늘)를 유유히 노니는 한 마리의 물고기(풍경)를 볼 때마다 한없이 넓고 광활한 바다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다.
물고기는 깨어 있을 때나 잠잘 때나 눈을 감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눈을 감지 않듯, 물고기 풍경은 수행자로 하여금 물고기처럼 항상 부지런히 도를 닦으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탐진치(貪瞋癡)의 삼독심(三毒心)을 버리고, 번뇌에서 깨어나 마침내 득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만사 마음먹기라 했던가? 이런 수행자의 득도과정은 수행자가 아닌 일반인도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닐까? 푸르고 높은 하늘에 떠 있는 새털구름처럼 이 바람에 이리 날리고, 저 바람에 저리 날리면서 누군가와는 만나고, 누군가와는 헤어지는 그 일생이 바로 인간의 일생이리라. 그래서 유행가 가사처럼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우리의 가슴에 와닿는다.
-손 영일 컬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