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Roger Water

Mother


1979년, 영국의 Pink Floyd가 발표한 《The Wall》에 수록된 곡, 전쟁의 상처와 과잉보호, 그리고 그로부터 쌓아 올린 ‘벽’의 서사시였다. ‘Mother’는 주인공 핑크가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 형식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지는 심리적 장벽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Mother, do you think they'll drop the bomb?”라는 불안한 질문부터 “Of course mama's gonna help build the wall”이라는 답변까지. 어머니의 헌신이 아들의 고립을 강화하는 역설이 스며들어있다.

 

나는 40대 불혹의 나이, 여름 끝자락 폭서 속에서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 돌아가신 지 딱 3년. 새벽 병원 문을 나서 집으로 향하던 길, 전화 한 통이 모든 것을 끝냈다. 철길이 휘어질 듯한 더위 속에서 몸도 마음도 지친 삶을 허우적대던 그때, 어머니는 이미 내 곁을 떠난 후였다. 칠십을 바라보는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무릎 꿇고 후회한다. “왜 더 따뜻하게, 더 오래 곁에 머물지 못했을까.” 이미 늦은 후회는 평생의 짐이 되었다.

 

1990년대 ‘어머니’는 가족의 방패이자 때로는 감옥이었다. 전쟁 세대의 트라우마가 자녀에게 전이되고, 과잉보호는 ‘너를 위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벽돌을 하나씩 쌓았다. 군대, 취업, 결혼이라는 생존 레이스에서 사랑은 틈새의 들꽃이었지만, 어머니의 걱정은 그 꽃마저 꺾을 수 있었다. Pink Floyd의 시대, 냉전의 불안과 권위주의가 개인을 고립시켰듯, 우리 사회도 ‘가족의 의무’라는 벽으로 청춘을 가두었다.

 

지금, 2026년의 우리는 정작 마음의 벽은 더 높아졌다. 유대는 얕아지고, ‘헬리콥터 부모’는 여전히 자녀의 삶을 드론처럼 감시한다. 저출산과 늦어지는 독립은 ‘과잉보호’의 또 다른 결과물이다. 과거에는 물리적·사회적 압력이 벽을 쌓았다면, 지금은 정보 과잉과 불안이 벽을 보강한다. “엄마, 그 벽이 너무 높아요”라는 핑크의 회한이, 우리 세대의 “엄마, 왜 제 삶을 그렇게 통제하려 해요?”라는 탄식으로 메아리친다.

 

사랑에서 비롯된 보호가, 때로 이기적 욕심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날카로운 풍자다. 어머니의 헌신은 고귀하지만, 그것이 자녀의 자율성을 앗아갈 때, 관계는 ‘벽’이 된다. 나 역시 어머니를 향한 미안함 속에서 깨달았다. 진짜 고귀한 사랑은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정화시키는 따뜻한 유대다. 가족은 사계처럼 순환한다. 봄의 화려함, 여름의 열정, 가을의 성찰, 겨울의 고독을 함께 견디며, 지나간 계절을 거름으로 다음 봄을 기른다.

 

황혼에 물들여진 지금, 나는 ‘Mother’의 멜로디가 흐를 때, 문득 웃음이 난다. 그때의 나는 벽을 쌓는 데만 급급했고, 어머니는 그 벽을 ‘보호’라 믿었다. 이제는 안다. 후회는 피할 수 없지만, 그 후회를 웃으며 털어내고, 남은 가족과 친구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 사랑의 지혜라는 것을.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사랑을 경계하며, 유일하고 고귀한 유대를 추구하자.

 

어머니, 그 높은 벽을 쌓아야 했나요?

아니, 이제는 그 벽을 허물고, 서로의 계절을 따뜻하게 기억하는 때다.

70년대 감성의 프로그레시브 사운드 속에 숨겨진 이 철학. 오늘 우리에게 ‘Mother’는 단순한 옛 노래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사는 가족을 위한 은근한 위로이자, 가벼운 자조 섞인 성찰이 된다.



작성 2026.10.04 09:13 수정 2026.10.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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