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기술이 반드시 좋은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허가 있다고 시장이 저절로 열리는 것도 아니며, 연구성과가 뛰어나다고 곧바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도 아니다. 기술기업의 진짜 승부는 어쩌면 연구개발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35년 가까이 연구개발 현장을 걸어온 메타콤(주) 허준 대표가 최근 가장 깊게 들여다보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을 개발할 것인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 기술을 어디에 쓰고, 누구와 연결해, 어떤 시장을 만들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좋은 기술보다 중요한 것…누가, 어디에 쓸 것인가”
“연구자의 눈으로 보면 독창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먼저 보게 됩니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질문 하나가 더 필요합니다. 이 기술을 누가 필요로 하고 실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기술과 시장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것이 메타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봅니다.”
허 대표의 이러한 시각은 메타콤(주)이 추진하는 사업구조에서도 엿보인다.
AI와 SCL(Structured Cognitive Loop·구조화된 인지 루프), 데이터와 IP, 엑소좀·세포외소포(EV)를 비롯한 바이오 기술, AI 디지털마케팅과 유통 등 서로 다른 분야를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기술사업화’라는 한 축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허 대표가 메타콤(주)을 기술을 모아놓는 회사보다 ‘기술과 시장 사이를 연결하는 기업’으로 만들려는 이유다.

SCL...특허의 다음 질문은 ‘시장’
그 중심에 SCL이 있다.
SCL은 AI의 검색과 판단, 검증 및 실행 과정을 구조화해 생성형 AI의 환각과 오류를 줄이고 판단과정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접근이다. 실제 FORHU(주)는 SCL 기반 서비스의 시장 적용을 위해 메타콤(주)과 협력하고 있으며, 양측은 여행·의료·법률·팬덤 분야 AI 플랫폼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허 대표는 기술의 존재 자체보다 적용 가능성을 강조한다.
“특허를 확보했다는 것은 출발점입니다. 그 다음부터가 중요합니다. 실제 서비스가 만들어져야 하고, 사용자가 써야 하며,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기능인지 검증돼야 합니다. 기술이 시장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으면 연구성과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FORHU(주)와 메타콤(주)이 지난 8월 27일 대전에서 체결한 업무협약도 이 같은 역할 분담을 구체화했다. FORHU가 AI 플랫폼의 기술개발과 시스템 영역을 담당하고, 메타콤은 서비스 운영과 회원관리, 마케팅, 고객관리와 제휴 생태계 확대를 맡아 공동 상용화를 추진하는 구조다.

엑소좀 기술도 시장으로... 디자인셀(주)과 두 번째 연결
두 번째 연결점은 바이오다.
메타콤(주)은 8월 31일 충북 청주에서 디자인셀(주)과 엑소좀·세포외소포 기술의 연구성과를 시장과 연결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디자인셀은 줄기세포와 식물·동물 조직 유래 세포외소포 기술을 기반으로 재생의학 연구, 화장품 소재, 천연 전달체 등으로 확장 가능한 바이오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메타콤은 사업화 과정에서 마케팅·영업·서비스 운영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허 대표가 이 분야에서 강조하는 것 역시 ‘가능성’보다 ‘검증’이다.
“바이오 분야는 기대가 큰 만큼 더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연구단계인지, 기술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확인됐는지, 제품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시장이 있는지를 단계별로 구분해야 합니다. 미래기술일수록 검증이 먼저입니다.”
AI와 바이오는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데이터, IP, 사업화라는 지점에서는 만난다. 메타콤(주)이 디자인셀(주)과의 협력을 단순 바이오 사업 참여가 아니라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하나의 실험으로 보는 이유다.

고려원팜(주)까지... ‘AI 마케팅’이 실물경제를 만나다
세 번째 MOU는 기술에서 제품과 유통으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메타콤(주)은 같은 날인 8월 31일 전북 남원의 고려원팜(주)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고려원팜의 제조 역량에 메타콤의 AI 디지털마케팅을 결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국내외 온·오프라인 유통채널과 판매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 개발과 홍보전략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허 대표는 기술기업의 마케팅을 단순 광고와 구분한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과 그것을 소비자가 이해하고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기술을 소비자의 언어로 바꾸고, 데이터를 통해 시장 반응을 읽고, 다시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것까지가 앞으로의 마케팅이라고 생각합니다.”
FORHU(주)가 ‘AI 기술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축이라면, 디자인셀(주)은 ‘바이오 연구와 사업화’, 고려원팜(주)은 ‘제품과 AI 마케팅·유통’을 연결하는 사례인 셈이다. 세 차례의 MOU가 서로 다른 업종에서 이뤄졌지만 공통적으로 ‘연결’이라는 한 단어로 모이는 이유다.

보령 들녘으로 간 AI... 이양표 명인의 친환경 쌀도 계약판매 추진
메타콤(주)의 사업화 실험은 최근 농업 현장으로도 이어졌다. 메타콤은 9월 16일 충남 보령의 이양표 농업기술명인과 친환경 인증 쌀의 계약판매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명인은 보령시 청라면 의평리 일대 약 30ha 규모에서 유기재배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생산에 그치지 않고 인증→저장→가공→유통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농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양측은 학교급식 등 안정적인 소비처를 확보해 생산농가의 판로를 넓히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사례는 메타콤(주)이 말하는 AI 디지털마케팅이 첨단기술 산업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좋은 농산물을 생산했지만 판로와 브랜드, 소비자 접점에서 어려움을 겪는 생산자에게 AI 기반 마케팅과 유통전략을 접목한다면 전통산업과 첨단기술 사이에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접근이다.
“AI가 꼭 AI산업 안에서만 쓰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농업이든 바이오든 제조업이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기술의 의미가 있습니다. 메타콤(주)이 기술을 이야기하는 이유도 결국 산업과 사람에게 실제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입니다.”
“기술이 모이는 회사보다, 가치가 만들어지는 회사로”
허준 대표가 그리고 있는 메타콤(주)의 그림은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SCL 기반 AI 플랫폼은 FORHU(주)와 상용화를 추진하고, 엑소좀·세포외소포 영역에서는 디자인셀(주)의 연구기술을 사업화와 연결한다. 고려원팜(주)에서는 AI 마케팅과 유통의 접점을 만들고, 보령의 친환경 농업 현장에서는 생산과 소비시장을 연결하는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AI→바이오→제조→유통→농업. 분야는 달라도 그 사이에는 하나의 공통된 질문이 있다. ‘기술과 상품을 어떻게 실제 시장가치로 바꿀 것인가.’ 허 대표는 메타콤(주)의 장기적인 목표를 이렇게 정리했다.
“기술이 많다는 것만으로 좋은 기업이 되는 시대는 아니라고 봅니다. 좋은 기술을 찾아내고 검증하고, 필요한 산업과 연결하고, 시장에서 그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메타콤을 기술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가치가 만들어지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특허에서 서비스로, 연구에서 사업으로, 생산에서 유통으로. 그리고 국내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35년 연구자의 시선이 이제 연구실을 넘어 산업과 시장을 향하고 있다. 허준의 메타콤(주)이 그리고 있는 ‘AI 다음 판’은 결국 하나의 기술을 앞세우는 경쟁이 아니다. 서로 다른 기술과 산업, 사람과 시장을 얼마나 제대로 연결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느냐의 승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