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와 지역 안정, 글로벌 공급망 회복을 위해 양국 간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우리 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으며 검토 단계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이 조속히 회복되도록 긴밀한 공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한 호르무즈 해협 관련 회의에 참여했던 사실도 언급하며 해협의 안정과 항행의 자유를 위한 대한민국의 기여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군의 파병 방식이나 시기 등 구체적인 사안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회담의 논의를 ‘파병’으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양 정상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와 지역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공감대를 넓혔다면서도 파병과 관련해 새롭게 결정되거나 진전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기본 입장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 필요성에는 공감하되 구체적인 기여 방식은 국익과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검토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프랑스와 영국뿐 아니라 미국 등 관련국과도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를 위한 국제적 움직임과 한국의 기여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측도 한국의 움직임에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란 측이 관련 언론 보도를 접한 뒤 실무선 대화 과정에서 한국 측에 상황을 문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 정부는 파병 문제에 대해 아직 검토 중이며 결정된 내용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가 최근 UAE(아랍에미리트)에 현지조사단을 파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조사단은 호르무즈 해협 인접 지역의 상황과 군사 거점, 기항지, 정비·보급 여건 등을 파악하기 위해 UAE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방부는 현지조사단 파견이 실제 파병을 전제로 한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오는 11월 중간선거 일정을 거론하며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견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국방부는 미국이 한국 측에 특정 시한을 정해 호르무즈 해협에 자산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파병과 관련해 현재까지 정해진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정부 입장을 종합하면,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와 지역 안정에 기여한다는 원칙 아래 국제사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군 병력이나 함정·항공기 등 구체적인 군사 자산의 파견 여부와 시기·방식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한·프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문제뿐 아니라 국방·안보 및 경제·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의정서에 서명해 정보교환 체계를 강화하고 상호군수지원협정 협의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양국 공군의 ‘페가스’ 합동훈련과 해군 상호 기항 등 군사 협력도 이어갈 예정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양국 교역액 2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양자·우주·원자력·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원자력 분야에서는 연구개발과 연료 공급 관련 협력을 강화하고, 민간 원자력 협력을 위한 고위급 대화채널도 개설하기로 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향후 어떤 형태의 ‘기여 방안’을 구체화할지가 관심사다. 현재 단계에서는 파병이 확정됐다고 볼 수 없으며, 정부 역시 관련 사안이 검토 단계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