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주요국의 장기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국내 대출시장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중동발 유가 불안과 인플레이션 우려, 각국의 재정 부담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글로벌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2020~2021년 전후 저금리 시기에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했던 차주들이 금리 재산정 시기를 맞으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현지시간) 미국 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연 4.821%까지 상승했다. 2023년 11월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4.7% 후반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2년물 국채금리도 장중 4.41%까지 올라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3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5.30%까지 치솟았다.
채권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배경에는 다시 커진 인플레이션 경계심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재차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뛰었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높은 정책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거나 추가적인 긴축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채권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부담도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시장에서 조달해야 할 자금이 많아질수록 국채 공급이 증가하고,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더 높은 금리가 요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금리 상승은 미국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3%를 넘어서며 1996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영국 30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5.9% 안팎까지 상승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의 장기금리도 수년 만의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각국의 경제 여건에는 차이가 있지만 채권시장이 주목하는 위험 요인은 비슷하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과 확대된 정부부채, 대규모 재정지출이 동시에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불안은 한국 금융시장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인상으로, 물가와 환율 불안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6개월간 완만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상한다는 취지의 설명도 내놓았다.
기준금리뿐 아니라 시장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권의 실제 대출금리도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74~7.12%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중순 연 4.24~6.84%와 비교하면 약 6개월 만에 금리 하단은 0.50%포인트, 상단은 0.2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인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달 초 4.335%에서 이달 2일 4.498%로 0.163%포인트 상승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장기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국내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에서는 일부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 상단이 향후 8% 수준에 접근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주담대 금리가 실제로 8%를 넘어설지, 한국은행이 어느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지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앞으로의 물가와 환율, 경기 상황, 가계부채 흐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금리 상승의 충격을 가장 먼저 체감할 가능성이 높은 차주들이다.
2019년 이후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상당 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2021년 8월까지 신규 취급액 기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대를 기록했고, 2022년 상반기까지도 상당수 대출이 3%대 금리에서 취급됐다.
당시 5년 고정 또는 혼합형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차주 가운데 상당수는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고정금리 적용기간이 끝나면서 새로운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금리 차이가 가계 부담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예를 들어 2021년 연 3%의 금리로 3억원을 빌려 30년간 원리금균등 방식으로 상환하기 시작한 경우 월 원리금은 약 126만5000원 수준이다.
5년이 지난 뒤 남은 대출원금이 약 2억6700만원이고 금리가 연 6% 수준으로 다시 산정된다고 가정하면 월 상환액은 약 172만원으로 늘어난다.
재산정 금리가 연 7%라면 월 상환액은 약 188만5000원, 연 8%라면 약 206만원까지 증가한다. 최초 연 3%를 적용받았을 때와 비교하면 월 부담이 약 80만원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증가액이 900만원을 웃돈다.
물론 실제 적용 금리는 대출 상품과 잔여 만기, 기준금리, 가산금리, 우대금리 등에 따라 차주별로 크게 달라진다. 모든 대출자가 동일한 폭의 금리 상승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금리 시기에 대규모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구일수록 고정금리 기간이 끝났을 때 가계 현금흐름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커졌다.
신규 주택 구입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준금리가 인상된 상태에서 은행채를 비롯한 시장금리까지 상승하면 대출을 새로 받을 때 적용되는 금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국내 대출금리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는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 한국의 물가 및 환율 흐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등이 꼽힌다.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될 경우 채권금리가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장기화하거나 주요국의 재정 부담이 계속 확대될 경우 글로벌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과거처럼 낮은 금리가 빠르게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높은 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부터 고정금리 종료를 앞둔 주택담보대출 차주에게는 단순한 시장금리 상승이 아니라 매달 실제로 지출해야 하는 원리금 규모가 달라지는 문제다. 미국에서 시작된 장기금리 상승이 글로벌 채권시장을 거쳐 국내 은행 조달금리와 가계대출 금리까지 연결되면서 고금리의 부담이 다시 가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