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의 호황으로 막대한 현금을 쌓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대규모 주주환원에 나섰다. 다만 삼성전자는 현금배당에 무게를 둔 반면,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서로 다른 주주환원 전략을 선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약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시행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국내 기업의 연간 주주환원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처음이다. 기존 삼성전자의 연간 최대 주주환원 규모였던 2020년 20조3천억원과 비교하면 최대 5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나머지 주주환원 규모와 방식은 올해 경영실적이 확정된 뒤 내년 1월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현금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소각 등도 선택지로 검토된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3년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한다는 기존 정책을 이번 대규모 환원을 통해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역시 파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4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사례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가 매입할 주식은 이사회 결의 전날 종가인 주당 166만2천원 기준 약 2천407만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약 3.3%에 해당한다. 회사는 8월 20일부터 약 3개월간 장내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뒤 취득 물량을 모두 소각할 계획이다.
주주환원 기준도 한층 강화했다. 기존에는 2025~2027년 누적 FCF의 ‘50% 범위 내’에서 주주환원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이를 ‘FCF의 50% 이상’으로 상향했다. 자사주 매입·소각뿐 아니라 현금배당을 병행하고 고정배당과 특별배당을 포함한 추가적인 배당 확대 방안도 검토한다.
두 회사가 이처럼 공격적인 주주환원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AI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크게 개선됐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2분기 말 기준 순현금이 약 69조원까지 증가했다.
다만 두 회사가 선택한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현금배당을 우선 시행하면서 이후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결정하는 방식인 반면, SK하이닉스는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직접 매입해 전량 소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존재하는 발행주식 수 자체를 줄여 기존 주주들의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SK하이닉스가 예정대로 약 2천407만주를 소각할 경우 전체 발행주식 수가 약 3.3% 감소한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조치가 주당순이익(EPS) 개선과 주주가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막대한 규모의 배당이 삼성물산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에게 유입되는 만큼 그룹 지배구조와 계열사의 추가적인 주주환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삼성전자의 최종 주주환원 방식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결정되는 만큼 현재 단계에서 전체 90조~110조원이 현금배당으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은 국내 반도체 업계가 AI 메모리 호황으로 확보한 막대한 현금을 설비투자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에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대 110조원, SK하이닉스가 40조원이라는 전례 없는 규모의 주주환원 카드를 꺼내면서 국내 증시 전반에서도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강화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