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남해안을 강타한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인명피해와 산사태, 대규모 주민 대피에 이어 차량 침수 피해로까지 확산됐다. 비가 그친 뒤 복구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짧은 기간 여름철 전체 강수량에 맞먹는 비가 쏟아지면서 곳곳에 피해 흔적이 남아 있다.
기상청 관측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경남 거제에는 누적 968.1㎜의 비가 내렸다. 같은 기간 통영에도 778.7㎜가 쏟아졌다. 거제의 평년 여름철 강수량이 935.1㎜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며칠 만에 한 계절에 내릴 비보다 많은 양이 집중된 셈이다.
특히 강한 비가 집중됐던 17일 거제에서는 1시간 동안 124.5㎜가 쏟아지며 1972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했다. 통영에서도 시간당 97.4㎜가 관측돼 기존 기록을 넘어섰다.
피해도 잇따랐다. 거제 옥포동에서는 산사태로 토사가 아파트를 덮치면서 주민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산사태 피해 아파트와 인근 아파트 주민 72세대 157명은 추가 붕괴 가능성 등에 대비해 학교와 복지관 등에 마련된 임시 대피시설로 몸을 피했다.
집중호우가 잠시 잦아든 뒤에도 거제에 다시 호우주의보가 내려지면서 대피 생활을 이어가던 주민들의 불안도 계속됐다. 안전진단이 끝나기 전까지 일부 주민들의 주택 출입과 귀가가 제한되면서 일상생활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물이 빠진 지역에서는 본격적인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침수됐던 도로와 주택 주변에는 토사와 자갈, 나뭇가지 등 각종 부유물이 남았고 일부 도로에서는 지반 침하와 싱크홀 등 추가 위험 요소도 확인됐다.
이번 집중호우는 자동차 피해 규모도 크게 키웠다.
손해보험업계 집계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19일 오전 9시까지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1개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침수 피해 차량은 1,713대다. 추정 손해액은 145억1,6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전인 18일 오전 9시 기준 1,052대, 88억3,1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 사이 피해 접수 차량이 660대 이상 늘었고 추정 손해액 역시 약 57억원 증가했다. 피해 신고가 계속 접수될 경우 전체 규모가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차량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모든 경우 자동차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가입돼 있다면 정상적으로 주차한 차량이 폭우나 홍수로 침수되거나 운행 중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휩쓸려 차량이 파손된 경우 보험약관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계약 과정에서 차량 단독사고 관련 보장 범위를 제외한 경우에는 침수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보상이 제한될 수 있어 가입한 보험의 보장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차량의 문이나 창문, 선루프 등을 열어둔 상태에서 빗물이 들어가 발생한 손해도 보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차량 안에 보관한 휴대전화와 전자기기, 귀중품 등 개인 물품의 침수·분실 피해 역시 통상 자동차보험의 차량 손해 보상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침수 차량에 지급되는 보험금은 무조건 차량 구입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차량을 침수 이전 상태로 복구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사고 당시 차량가액 등이 보상의 기준이 되며, 손해 규모가 차량가액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전손 처리 여부 등이 검토될 수 있다.
대규모 침수 차량 발생은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주요 4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84.5%로 전년 동기보다 1.9%포인트 상승한 상태다.
자동차보험은 폭우와 태풍, 폭설 등 기상 상황에 따라 단기간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자연재해가 집중될 경우 손해율 변동 폭도 커질 수 있다.
이번 경남 남해안 집중호우는 짧은 기간에 기록적인 강수량이 집중될 경우 산사태와 침수 같은 직접적인 재난뿐 아니라 주민 대피와 교통 차질, 차량·재산 피해 등 생활 전반으로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
현재 거제와 통영 등 피해 지역에서는 물이 빠진 곳을 중심으로 토사 제거와 도로 정비, 침수 시설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산사태 발생 지역과 지반이 약해진 곳을 중심으로 추가 안전점검도 필요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