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다시 사랑에 빠져

Carpenters

I just fallen love again


1977년 가을, 로스앤젤레스의 한 스튜디오 안에는 부드러운 오보에 선율이 흘렀다. 카렌 카펜터의 목소리가 그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Dreamin’, I must be dreamin’…” 그녀의 노래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꿈처럼 조용히 피어났다. 리처드 카펜터는 이 곡이 동생의 목소리에 딱 맞는 옷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레코드사는 “너무 길다”며 싱글을 내주지 않았다. 4분이 조금 넘는 그 시간은 당시 라디오에겐 사치였다. 그래서 이 노래는 앨범 Passage 속에 조용히 잠들었다.

 

<이미지:AI image.antnews>

그 시대의 사랑은 오늘날과는 다른 빛을 띠고 있었다. 1970년대 후반, 사람들은 아직 편지지에 향수를 뿌리고, 전화 통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했다. 데이트는 영화관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듯했다. 사랑은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가며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을 ‘천국’이라 부를 수 있었다.

 

“Heaven is that moment when I look into your eyes.” 이 가사는 허세나 과장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한 젊은 남자가 있었다. 이름은 준호였다. 서울 변두리 작은 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퇴근길에 늘 라디오를 켰다. 어느 겨울 저녁, 카펜터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Just one touch and then it happens every time…” 그는 버스 안에서 멈춰 섰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송이가 마치 그 가사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 그는 오래전 헤어진 첫사랑을 떠올렸다. 그녀와 함께 걸었던 골목, 손끝이 스쳤을 때의 그 떨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던 그 감정이, 노래 한 곡으로 되살아났다.

 

준호는 다음 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이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수줍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만남을 약속했다. 카페 한 구석, 창가 자리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았다. 말은 많지 않았다. 그냥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Magic, it must be magic…” 준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시간이 날아가는 듯했다. 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헤어질 때가 되자 둘 다 말없이 웃었다. 그 웃음 속에, 잃어버렸던 순수함이 다시 살아났다.

 

오늘날 우리는 사랑을 ‘스와이프’로 시작하고, ‘읽씹’으로 끝낸다. 메시지 하나에 운명을 걸고, 한 번의 실망에 모든 걸 포기한다. 이기심과 계산이 섞인 사랑은 빠르지만, 얕다. 그러나 그 노래가 흘러나오던 시절의 사랑은 달랐다. 느리고, 어설프고, 그래서 더 깊었다. 한 번의 터치로 매번 새롭게 사랑에 빠지는 그 황홀함은, 결코 유행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빛이었다.

 

준호와 그녀는 결국 다시 이어지지 않았다. 삶이 그들을 다른 길로 데려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짧은 재회는 준호의 가슴에 영원한 온기를 남겼다. 가끔 늦은 밤, 오래된 라디오에서 그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그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한다. 사랑이란, 어쩌면 꿈과 현실 사이에서 한 번도 끝나지 않는 마법일지도 모른다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한 번이 아니라, 매 순간마다 새로 시작되는 일이다.”

그 속삭임은 아직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가슴을 뭉클하게 그리고 반짝이는 이슬같은 눈물로 적셔줄지도 모른다.



 

작성 2026.08.16 06:36 수정 2026.08.16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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