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소비’에만 기댈 것인가, 근로장애인 ‘보충급여’ 서둘러야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활성화를 위한 제언

장애인보충급여 이제 시작해야


 ‘착한소비’에만 기댈 것인가, 근로장애인 ‘보충급여’ 서둘러야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명제는 장애인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특히 중증장애인에게 노동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을 넘어, 사회와 소통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유일한 통로다. 그 중심에서 전초기지 역할을 해온 곳이 바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 시설들이 직면한 냉혹한 현실은, 장애인의 ‘안정적인 일자리 유지’와 ‘적정 수준의 소득 보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눈물겹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가장 불편한 진실은, 현행 구조하에서는 직업재활시설이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당당한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통계 등에 따르면 직업재활시설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장애인 보호작업장’ 근로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40~50만 원 선에 머물러 있다. 한 달 내내 꼬박 땀 흘려 일한 대가가 법정 최저임금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작금의 서글픈 현실이다. 이는 시설의 경영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일반 시장 기업과 출발선부터 다른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취약성’에 기인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생산성의 한계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이다. 일반 기업은 시장의 흐름에 맞춰 대규모 설비 투자를 감행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반면, 직업재활시설은 만성적인 예산 부족과 공간적 한계로 인해 낙후된 시설을 확충하거나 고가의 첨단 장비를 도입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다.

 결국 노동집약적인 수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원자재 조달 과정에서도 악순환은 반복된다. 자금력이 부족한 시설들은 원자재를 대량으로 선매입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소규모로 구입할 수밖에 없다. 시작부터 원가 경쟁력에서 완전히 밀린 채 시장에 뛰어드는 셈이다. 시설 확충의 한계로 대량 생산은 꿈도 못 꾸고, 비싼 값에 들여온 원자재로 손수 제품을 만드니, 아무리 밤낮으로 작업대를 지켜도 남는 것이 극히 적은 ‘저수익·고비용 구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경영 수익으로 장애인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고사하고, 당장의 시설 운영비조차 감당하기 벅찬 구조다.

 이러한 약육강식의 시장 구조 속에서 시설의 자체 매출에만 의존해 장애인 급여를 인상하라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구호에 불과하다. 언제까지 장애인 생산품을 향한 동정 어린 ‘착한 소비’와 시설 종사자들의 희생에만 기댈 수는 없다. 이제는 국가와 지자체가 전면에 나서 적극적인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그 확실한 해법이 바로 ‘장애인보충급여’ 제도의 도입이다.

 장애인보충급여는 시설의 부족한 수익 구조를 보전하여 근로장애인의 실질 소득을 국가가 뒷받침해주는 제도다. 이는 취약계층에게 시혜성 보조금을 쥐여주는 일시적 복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지속해서 제공하는 동시에 복지와 노동을 결합하여 ‘실질 수입’을 확실하게 높여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징검다리다. 부모나 시설의 보호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홀로서기 하는 ‘진정한 자립’은, 지갑이 채워지는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입법기관은 제도 도입을 위한 예산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복지 예산의 효율적 재배분은 물론,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의 확충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여 필요 재원을 마련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재원 마련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이들을 방치했을 때 사회가 치러야 할 공공부조 예산과 가족의 돌봄 공백 등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보충급여를 통한 자립 지원은 오히려 가장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투자다. 장애인이 흘린 땀방울이 온전한 가치로 보상받고, 이들이 노동을 통해 내일의 삶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제도적 안착과 재원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박 운 주 이사장

사회적협동조합더행복나눔

사단법인더행복나눔인터내셔널

호서대학교 초빙교수


작성 2026.06.08 17:59 수정 2026.06.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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