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용의 인사노무이야기] "파업 손해배상 청구 제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노동권 보호인가, 경제 질서 훼손인가

‘정당한 파업’의 경계가 법과 시장의 균형을 가른다

최근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에는 “파업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기업이 어디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단순한 법률 개정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권과 재산권, 그리고 시장 질서가 충돌하는 매우 본질적인 질문이다.

 

우리 헌법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파업이라는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 역시 재산권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문제는 파업이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을 때,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물을 수 있는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있다.

 

현재까지의 법적 기준은 비교적 명확하다. ‘정당한 파업’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이 제한되지만, ‘불법 파업’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정당성과 불법성’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 특히 하청 노동자, 간접고용 구조, 그리고 복잡한 산업 생태계 속에서는 책임의 주체를 가리기도 쉽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 조선업 하청 노동자 파업을 들 수 있다. 당시 장기간의 파업으로 기업은 수천억 원대의 손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위한 정당한 투쟁”이라고 주장했고, 기업은 “불법 점거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강조했다. 이처럼 같은 사건을 두고도 해석은 극명하게 갈린다.

 

이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책임의 균형’이다. 만약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면, 기업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이는 생산 차질, 투자 위축,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협력업체의 경우 이러한 충격은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사진: 노동쟁의와 기업 위기, 챗gpt 생성]

반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과도하게 허용될 경우, 노동자는 사실상 파업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수억, 수십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어디까지가 정당한 보호이고, 어디부터가 과도한 제한인가’라는 기준을 정교하게 설정하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현실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 고의성 여부다. 단순한 파업이 아니라 시설 파괴나 폭력 행위가 동반된 경우에는 책임을 명확히 물어야 한다. 둘째, 손해 규모의 합리적 제한이다. 실제 피해를 넘어선 과도한 청구는 제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책임 주체의 구분이다. 개인 노동자와 노조, 그리고 지휘 책임자의 역할을 구분해 책임을 차등화해야 한다.

 

또한 ‘사용자 범위’ 확대 문제도 중요한 변수다. 원청 기업까지 교섭 책임을 인정할 경우, 파업의 대상과 책임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는 향후 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글로벌 기준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선진국 역시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다. 노동권을 보호하면서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결국 어느 한쪽의 완전한 승리가 아닌,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절충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파업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단순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재편하는 결정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닌 원칙이다. 법은 어느 한쪽의 편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파업의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 그리고 그 책임은 어디까지 물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곧 우리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작성 2026.04.19 10:06 수정 2026.04.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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